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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아이들은 왜 ‘미생물’이 필요할까?
당신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그 작은 몸은 수십억 개의 미생물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 첫 인사는 면역 체계의 출발점이다.
아이는 출산 시 산도를 통과하며 어머니의 유익한 세균들과 접촉하고,
이후 피부, 모유, 흙, 공기, 음식 등을 통해 더 많은 미생물들을 접하며 면역 시스템을 ‘훈련’시킨다.
이 과정을 우리는 ‘미생물 다양성’의 형성이라 부른다.
이 미생물들은 단순히 장내에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의 면역력을 결정짓고,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심지어 정신건강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금, 이 섬세한 생물학적 네트워크에 금이 가고 있다.
그 원인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기후변화’에 있다.
오늘의 포스팅!
어린이 면역력이 기후변화로 무너진다면? – 출생 환경과 미생물 다양성의 몰락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후변화가 바꾸는 출생 환경
태아는 벌써 영향을 받고 있다 산모가 겪는 기후 스트레스는 태아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고온 노출, 대기오염, 폭염, 미세먼지 증가는 조산 위험을 높이고, 출산 후 신생아의 체내 미생물군 다양성을 저해한다. 특히 도시 열섬 현상으로 인해 실내 생활이 길어지고, 에어컨 환경이 일상화되며, 아기들은 점점 ‘멸균된 세계’에서 태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철저한 위생이 아니라, 적절한 자연 접촉이다. 흙을 밟고, 풀을 만지고,
개와 놀며 얻는 미생물 노출이야말로 건강한 면역 발달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즉, 기후 변화는 물리적 온도만 바꾸는 게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생태적 ‘정보’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땅과 식물에서 멀어지는 아이들
미생물 다양성의 위기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 생태계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토양이 건조해지고, 강우 패턴이 비정상화되면서 뿌리 미생물들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흙 속 유익균, 식물 표면에 존재하던 박테리아들도 급감하고 있다. 이 미생물들은 우리가 재배하는 채소, 과일, 곡물의 표면을 타고 아이에게 전달된다.
자연식 위주 식단이 점점 가공식으로 대체되면서, 아이들은 건강한 미생물에 노출될 기회를 잃는다.
게다가 항생제의 남용, 소독제 과사용 등으로 인해 어릴 적 형성돼야 할 장내 미생물군은 불균형 상태로 고착되기 쉽다.
결국 이는 천식, 아토피, 알레르기, 비만, 자폐 스펙트럼 등 여러 현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생물은 진화 중인데, 면역력은 뒤처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일부 병원성 미생물은 오히려 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고온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균주,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던 지역에 등장하는 감염성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들이 그 예다. 반면, 인간의 면역 시스템은 점점 더 단순화되고 약화되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 형성되는 T세포, B세포의 훈련 과정이 미생물 다양성 저하로 인해 제한되면서, 면역 반응은 과민하거나 둔감해지고 있다.
아이들이 흙을 덜 만지고, 애완동물과의 접촉이 줄고, 자연 환경과 단절된 도시 속에서 성장할수록, 면역 체계는 훈련 없이 자라는 병사와도 같다. 결국, 이는 미래 세대 전체의 건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이슈를 눈앞에 두고도,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생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선 거의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건강한 장내 미생물은 단순히 소화에만 관여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면역력의 기반이며, 감정 조절의 조력자이자, 생애 전반의 질병 저항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을 논할 때, 탄소배출량 감소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다시 자연과 연결되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시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에어컨보다 숲속 산책, 스마트폰보다 흙놀이, 항균티슈보다 강아지와의 산책. 이러한 일상이 모일 때, 비로소 아이들의 몸속에서 건강한 ‘미생물 정원’이 자라날 수 있다.
기후가 바뀐다고 해서, 아이들의 몸까지 무너져선 안 된다.
그들이 마주할 미래를 지키는 일은, 결국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서부터 시작된다.